[이세영 인턴기자의 워싱턴 DC탐방기-4] 유엔난민기구(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UNHCR)
유엔난민기구는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 난민들을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세워진 기구로 전 세계적으로 약 180개의 사무소를 설치, 난민들에게 안정된 삶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난민은 누구 유엔총회가 1951년 7월 28일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가리킨다. 이러한 난민의 정의에 따르면 최근 대지진으로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티 주민들은 난민이 아니다. 지진이나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자신의 나라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난민에 해당되지 않는다. ◇유엔난민기구는 어떤 곳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난민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터전을 잃은 1백만 명 이상의 유럽인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1951년 유엔총회에 의해 출범했다. 같은 해 유엔총회가 난민의 정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주 내용으로 하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 이 협약에 의거하여 1951년 이후 난민이 된 사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다. UNHCR은 6500명 이상의 직원들이 파키스탄, 케냐, 이라크, 콩고, 다르푸르,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을 포함한 세계 116개 국에서 난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직원이 아니라고 해도 난민들을 위한 안식처를 지어주고 의료 봉사활동이나 식량 및 구호물품 제공, 또는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등을 통해 난민구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헐리우드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아프리카,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지에서 난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것이 그 예. DC의 중심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 워싱턴 지국은 1979년 문을 열었다. 이후 1997년 지역 대표부로 다시 태어나면서 앙귈라, 바베이도스, 도미니칸 공화국, 아이티, 자메이카를 포함한 약 28개 지역의 난민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보호대상자와 난민문제 해결 방안 1951년 ‘난민 협약’에 규정된 난민 이외에도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실향민, 귀환민, 무국적자, 그리고 비호신청자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국내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rson)은 보호를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로 법적으로는 자국의 보호 하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제법에 따른 난민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는 누릴 수 없으나 최근 수 십 년 동안 그 국가 내에서 일어난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국내실향민이 많이 늘어 유엔난민기구가 이들에게 부분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자연재해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티 주민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난민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찾을 수 있도록 유엔난민기구는 다양한 ‘영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발적 본국귀환, 현지동화, 그리고 제3국에서의 재정착이 그것. 특히 본국 귀환이 어려울 경우 비호국에서 현지사회에 동화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비호국에서 새로운 국적을 취득한 난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0만 명. 이 두 방법을 통해서도 난민들이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없다면 세계 최대의 재정착 국가인 미국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북유럽, 남미 국가 등은 그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UNHCR 워싱턴 지국 팀 얼윈 홍보담당 "일에 대한 애정·전문지식 필요" “유엔난민기구가 전 세계 곳곳의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죠.” 유엔난민기구 워싱턴 지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담으로 근무하고 있는 팀 얼윈(Tim Irwin·사진)의 말이다. “난민들이 많은 곳이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인 탓에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는 유엔난민기구 워싱턴 지국에서 근무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 2년을 근무했다. 난민구조활동을 하려면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일을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그들의 곁에서 직접적으로 돕는 것이 중요하다. 얼윈은 “난민들이 있는 곳은 대부분 전쟁과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발령이 나더라도 가족들은 데려갈 수 없다”며 “아프가니스탄 근무 당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이 매우 힘들었다” 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난민을 돕고자 하는 진심과 그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법률이나 건축, 커뮤니케이션 등 자신만의 전공분야 학위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려면 영어는 물론 여섯 개의 유엔 공용어 중 한 두 개 정도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네바나 뉴욕, 워싱턴 등에 위치한 난민기구 사무실에서 편히 앉아 근무하는 것을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유엔난민기구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려면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수 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살 준비가 돼있어야 하죠.” 얼윈은 태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수단 등과 같은 나라의 난민들을 도우려면 여러 나라를 이동하고 그 나라에 직접 거주하며 구조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적응력 또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세영 인턴기자